초당 MEDIA
[독자투고]칼을 쳐서 보습을(김현철 초당대학교 HUMAN PLUS 교양학부 교수)
- 작성자:홍보실
- 등록일2026-07-20
- 조회수 : 46
-
[독자투고]칼을 쳐서 보습을
[출처] 한국기독공보(https://www.pckworld.com/print.php?aid=11113876775)
1. 제목:[독자투고]칼을 쳐서 보습을(김현철 초당대학교 HUMAN PLUS 교양학부 교수)
2. 본문 내용:
미국 일 달러짜리 지폐에 또렷하게 새겨있는 문구, ‘우리가 의지하는 하나님(In God We Trust)’을 처음 인지했을 때, 더 나아가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수행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참으로 부러울 때도 있었다. 국가의 이념과 가치가 그 문구와 그 모습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독교 국가’임을 자처하며 때론 그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과도한’ 자부심을 애써 폄하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나라가 타국을 향해 이토록 잔인한 전쟁의 총구를 들이밀 수 있을까? 최근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통하여, 안보라는 미명 아래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폭력을 정당화하고, 십자가보다 군사력을 더 신뢰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럼에도 주일이면 버젓이 예배당에 모여 평화의 왕이신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그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목격하며, 이제 ‘기독교 국가 미국’에 대한 환상을 접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만의 문제일까. 멀리 볼 필요도 없다. 시선을 돌려보면 선거철의 대한민국 역시 더 나은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의 시기에는 각자가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에 서게 마련이기에 진영 논리에 따른 사회적 분열은 불가피한 현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치 실현의 방편이 진영 간의 배타성, 혐오, 적대감, 그리고 분노로 점철된다면 이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모습이 바로 ‘힘을 신뢰하며 때론 폭력에 근거한 방식’이다. 이는 결코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많은 사람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하나님이 우리를 그런 모습으로 창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최근 한국 교회의 극단적 정치화 현상은 참으로 심각하다. 십자가보다 태극기를 더 높이 들고, 화해보다 적개심을 더 크게 외치며, 사랑보다 분노를 더 쉽게 표출한다. 교회가 세상의 갈등을 치유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큰 교회’, ‘강한 교회’, ‘영향력 있는 교회’를 꿈꾸어 왔다. 그러나 예수는 힘으로 세상을 바꾸지 않았다. 가장 약한 모습으로 십자가 위에 달리심으로 세상을 구원하셨다. 교회는 세상과 전혀 다른 질서를 살아내는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다. 만약 교회가 세상과 똑같이 분노하고, 똑같이 미워하고, 똑같이 힘을 추구한다면 과연 그리스도가 만드신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그리스도가 만드신 차이』라는 책에서 기독교 평화주의에 대하여 역설한다. 그에 의하면 그리스도인의 평화는 단순히 싸우지 않는 태도, 단지 ‘전쟁 반대’ 정도의 소극적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원수를 사랑하고, 손해를 감수하며,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기보다 자신을 내어주는 삶의 방식이다. 그가 주장하는 독특성은 우리가 평화를 출발점으로 삼을 때 다른 방식으로는 가능하지 않을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 있다는 부분이다. 평화가 단지 폭력에 대한 예외라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의 전제가 평화라는 주장이다. 그렇다. 평화주의는 거창한 정치 구호 이전에 우리의 일상 속에서 시작된다. 가정에서, 교회 안에서, 직장에서, 인간관계 속에서 힘으로 상대를 누르려 하지 않는 것, 말로 상처 주지 않는 것, 상대를 쉽게 정죄하지 않는 것, 내 감정의 분노를 의로움으로 포장하지 않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 공동체 스스로 돌아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과연 세상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인가? 갈등 앞에서 상대를 공격하기보다 먼저 이해하려 애쓰는가? 내 주장과 자존심을 내려놓고 화해를 선택하는가? 약한 사람의 편에 서고, 손해를 감수하며, 억울함 속에서도 평화를 실천하려 하는가? 이 질문들을 통하여 우리 공동체가 얼마나 세상을 닮아버렸는지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제라도 힘의 유혹을 내려놓고 일상에서 평화의 나라를 신실하게 살아내는, 진짜 ‘차이’를 만들어내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3. 날짜: 2026. 6. 15.
4. 언론사명: 한국기독공보(https://www.pckworld.com/print.php?aid=11113876775)
5. 기고: 김현철 초당대학교 HUMAN PLUS 교양학부 교수
6. 기사 원문: https://www.pckworld.com/print.php?aid=11113876775
- 이전글
- [기고]과학이 도달한 은혜의 역설(김현철 초당대학교 HUMAN PLUS 교양학부 교수)
- 2026-07-20
- 다음글
- 초당대 평생교육허브센터, 순천대와 공동으로 체형분석 기반 맞춤운동 프로그램 '내몸을 부탁해!' 운영
- 2026-07-15
- 첨부파일
- 김현철 교수 사진.png [size: 61.0 KB, Download: 0 ]